잡동서니

[스크랩] 자본주의 3부

eujuk 2013. 5. 2. 18:46

 

자본주의는 결국 돈 놀음이다. 돈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갖고 있는 돈을 잘 굴리느냐와 간직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들은 돈을 벌어 은행에 넣는다. 과거에는 그것으로 족했다. 그것만으로도 받는 이자가 솔잖게 괜찮았다. 인플레이션 같은 것을 알지 못한다. 인플레이션보다 이자가 많은지 적은지 그건 모른다. 그래도 받는 이자를 보면 만족스러웠다. 더이상 알 필요는 없다. 그것으로 족하다.

 

어느날 갑자기 내 돈을 은행에 넣었는데 만족은 커녕 불안을 준다. 받는 이자가 너무 적어진 것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 예전에 받던 이자를 생각해 보면 지금 받는 이자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지 알게 된다. 불만을 터뜨린다. 그 불만은 누구에게도 가지 않는다. 그저 혼자 씨부려싸는 혼잣말이 되어 버린다.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마저 생긴다.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판단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이럴 때 나에게는 은행이 있다. 은행에는 지금까지 내돈을 맡아주고 이자를 줬다. 이제는 예전 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가입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용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예금이나 적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차분하게 돈을 불입하거나 예치하고 기다리면 예전 은행 이자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해 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려하다. 처음 들어보는 말로 하는데 상당히 고급스럽게 영어를 섞어가며 유식한 말로 한다. 은행에서 하는 말이니 큰 의심을 하지 않고 가입을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은행 창구에 앉은 직원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은행에서 권한 자리에 앉아 음료수도 얻어 마시며 가입을 한다. 은행은 믿을 만 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달려 달라고 해서 기다렸다. 중간 중간 궁금했지만 이 상품은 진득하게 기달려야 하는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기로 한다. 지금까지 은행은 믿을만한 곳이였으니. 직원들도 예전부터 보던 바로 그 직원들이다. 믿음이 간다. 별 일이 없을 것이라며 기다리기로 했다.

 

이상하다.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 이야기가 틀리다. 다른 것이 아니라 분명히 틀리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줬고 화려한 용어들로 설명을 했지만 그런 것은 귀 담아 듣지 않았다. 그저,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은행 이자만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믿었다. 그런데 왜? 돌려 받은 금액은 현재 은행 이자는 커녕 내가 불입한 원금이나 예치한 원금보다 모자란 금액이 통장에 찍혀 있다.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저 은행을 믿은 죄 밖에는 없다. 분명히 말했다. 좋은 상품이라고.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제한은 없다. 심지어 사모 펀드라고 하는 것도 팔 수 있다. 은행에서 VIP들을 위해 그들만의 펀드도 만들어 판매를 한다. 이처럼 은행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입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모른다. 가입하면서도 모르고 가입한 후에도 모르고 만기가 되어 돈을 돌려 받을 때도 모른다.

 

열심히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은행에 돈을 넣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며 열심히 공포심을 조장한다. 막연히 은행에 돈을 넣으면 안 될 것 같아 행동하는 순간 내 돈이 내 돈이 아닌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휩싸인다. 은행도 믿지 못하겠고 재무설계를 한다고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지만 그들에게 가입한 상품들도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상품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과 같이 발전하는 나라들에게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라고 한다. 이모 저모 따져 볼 때 제일 좋은 펀드라고 한다. 펀드에 대해 모르니 그저 좋은 펀드라고 가입을 한다. 이것 저것 따져가며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건 모르겠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알아서 좋은 상품을 권했을 것이라 믿는다. 저처럼 친절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믿어야 하는 거다.

 

뉴스를 봐도 주위 사람을 봐도 무엇인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잘 모르니 좋은 상품이라 권하는 상품을 가입한다. 내가 위험할 때 지켜 줄 수 있는 보험도 가입한다. 뭐가 뭔지 모른다. 여전히 어려운 말들이 많다. 다치면 준단다. 늙으면 준단다. 그럼, 된 거다. 어떤 순간이 와도 평소에 돈을 넣으면 나에게 힘이 되어 준다고 하니 가입한다.

 

무엇인가 뿌득한데 이상하게 내 통장에 돈은 차곡 차곡 쌓이지 않고 늘 힘들다. 그래도 미래는 지금 열심히 붓고 있는 상품들에 의해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 본다. 다양한 상품에 다양하게 분산해서 가입했으니 열심히 일 하고 돈을 불입하면 된다. 믿는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이처럼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광고를 봐도 믿음이 간다.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나와 믿으라고 한다. 믿음이 간다. 내가 어려울 때 도와 준다고 한다. 나를 최고로 여긴다고 한다. 어려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내가 좋단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믿는다. 금융에 대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은행에 돈 넣고 이자를 받는 것만 알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금융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예전에는 없던 단어들이 생기고 용어들을 알아야 한다. 내 돈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심지어 내 돈을 넣었는데 함부로 빼면 다 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망할~~~ 지들이 왜 내돈을 맘대로 하느냔 말이다. 내 돈을 내 맘대로 하는데 쟈들이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벌칙을 부여한단다. 내 돈인데. 그런 이유로 알아야 한다. 최소한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도 수수료가 싼 상품을 가입하고 최소한의 돈이 투입되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내가 다칠 때 어려움이 생겼을 때 받기 위해 적정한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느 정도 배워야만 한다.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라 병에 걸린다. 두 눈 멀쩡히 뜨고 내 돈이 사라지는 걸 두 눈 뜨고 목격해야만 한다. 어디 가 하소연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본인 책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다. 은행은 결코 내 친구가 아니다. 더구나, 이제 은행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먹이가 되면 안된다.

 

모르면 당한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아이가 아닌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한다. 돈을 굴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돈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위해 해야 한다. 우리 돈을 아주 합법적으로 가져간다. 이건 사기가 아니다. 법으로 정해진 합법적인 일이다. 그걸 모르고 있는 내가 바보인 것이다.

 

펀드는 무조건 최소 수수료 상품에 가입을 하고 보험은 정말로 다칠 때 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고 연금은 본인이 부은 만큼 인플레이션에 맞게 지급하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욕심은 내 돈을 가져간다. 은행에서 받는 이자만큼 받는 다고 생각하며 모든 금융상품을 바라보며 가입해야 한다. 그 이상 준다고 하는 상품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편하다.

 

그 이상의 수익은 오로지 운이 생각하고 땡 잡았다고 보면 된다. 노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정도만 생각했는데 운 좋게 이자 이상으로 받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대비하기 위해 매월 따로 돈을 모으기 힘들어 보험을 통해 돈을 모은다고 생각하며 최소로 불입해야 한다. 공부하기 싫으면 지출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고 쓰게 한다. 나도 가계부를 쓴다. 용돈을 쓰고 기입하지 않으면 최소 용돈만 준다. 둘째가 싫다고 하지 않았다. 거의 6개월을 받치하다 직접 챙기기로 마음먹고 매일같이 쓰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다. 스스로 하기를 원했지만 안 된다면 같이 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습관을 들이게 해야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먼저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한다. 돈을 잘 쓰지 못하면서 돈이 오기를 바랄 수는 없다. 돈은 바보가 아니다. 아니, 돈은 바보를 좋아한다. 바보에게 돈은 금전출납기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 산업자본주의를 넘어 금융자본주의를 살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그저 열심히 돈을 벌기만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굳이 투자를 하고 돈을 굴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3부에서 이야기한 금융지능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가계부부터 쓰면 된다고 본다. 별 거 아니지만 스스로 지출과 수입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금융지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벌고 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내 돈을 어떻게 잘 지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가장 내 돈을 갉아먹지 않을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야금 야금 갉아먹는 상품들을 피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출처 : 행복재테크
글쓴이 : 핑크팬더(이재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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